미만성 정중선 교종(DMG)이란? 레비티라세탐에서 발견된 새로운 치료 가능성
소아에게 발생하는 뇌종양 가운데 미만성 정중선 교종(Diffuse Midline Glioma, DMG)이라는 매우 치료하기 어려운 종양이 있다.
2026년 9월 17일 Nature Medicine에는 기존의 항경련제인 레비티라세탐(levetiracetam)이 이 종양의 성장을 억제할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가 발표됐다.
➰ 미만성 정중선 교종(DMG)이란?
미만성 정중선 교종은 뇌와 척수에서 발생하는 악성 중추신경계 종양의 하나다.
이름을 풀어보면 질환의 특징을 이해하기 쉽다.
미만성(Diffuse)은
:종양이 경계가 뚜렷한 덩어리로만 자라기보다 주변 정상 조직으로 스며들듯 침투한다.
정중선(Midline)은
:주로 뇌간의 교뇌(pons), 시상(thalamus), 척수처럼 중추신경계의 중앙 구조에서 발생.
교종(Glioma)은
:신경교세포 계열에서 발생하는 종양을 말한다.
특히 H3 K27-altered 미만성 정중선 교종은 WHO 분류상 4등급의 악성 종양이며 어린이에게 주로 발생하지만 성인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왜 치료가 어려울까?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발생 위치와 침투성이다.
뇌간에는 호흡과 운동 등 생명 유지와 중요한 신경 기능에 관여하는 구조들이 밀집해 있다. 종양 역시 정상 조직 사이로 퍼져 있기 때문에 정상 뇌조직을 손상시키지 않고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다.
특히 교뇌에 발생하는 DMG의 경우 수술로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고 국소 방사선치료가 치료의 중심이다. 기존 항암화학요법의 효과도 제한적이다.
➰레비티라세탐은 어떤 약인가?
: 레비티라세탐(Levetiracetam)은 원래 암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된 약이 아니다.
뇌전증 환자의 발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데 널리 사용되는 항경련제(항발작제)다.
레비티라세탐은 신경 말단의 SV2A(synaptic vesicle protein 2A)라는 단백질에 결합한다.
SV2A는 신경세포가 신경전달물질을 방출하는 과정에 관여하는 단백질이다.
정확한 항경련 기전이 완전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SV2A와의 상호작용이 레비티라세탐의 항발작 효과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DMG 환자 가운데 레비티라세탐을 사용했던 아이들의 생존기간이 더 길게 나타난 것이다.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났을까?
➰ 뇌종양이 정상 신경세포와 연결된다
과거에는 뇌종양을 주로
암세포 → 스스로 증식 → 종양 성장
의 관점에서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일부 교종이 주변의 정상 신경세포와 매우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심지어 정상 신경세포와 종양세포 사이에 기능적인 시냅스(synapse)가 형성될 수 있다. 신경세포의 활동이 종양세포의 전기적 상태를 변화시키고 종양의 증식과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정상 신경세포
↓
신경전달 신호
↓
종양세포
↓
전기적 변화
↓
종양세포 증식·성장
이라는 연결이 존재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DMG에서는 GABA 신호가 달랐다
여기서 GABA(감마아미노부티르산)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등장한다.
GABA는 일반적으로 성숙한 뇌에서 신경세포의 흥분을 낮추는 대표적인 억제성 신경전달물질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DMG에서는 상황이 달랐다.
DMG 종양세포 내부에는 염소이온(Cl⁻) 농도가 높아 GABA 신호가 일반적인 성숙 신경세포에서처럼 억제성으로 작용하지 않고 종양세포를 탈분극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GABA성 신경세포 → DMG 종양세포의 시냅스 신호가 종양 성장을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GABA성 신경세포 → DMG와 시냅스 형성 → 종양세포의 전기적 활성 변화 → 종양 성장 촉진
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이번 연구에서 레비티라세탐이 등장하는 핵심 이유다.
➰레비티라세탐이 이 연결을 약화시켰다
연구진은 레비티라세탐이 DMG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했다.
그 결과 레비티라세탐은 GABA성 신경세포에서 DMG 세포로 전달되는 시냅스 신호를 감소시켰다.
흥미롭게도 정상 신경세포의 GABA성 시냅스 신호에는 같은 방식의 감소가 나타나지 않았다.
더 놀라운 점은 이 작용이 레비티라세탐의 기존 항경련 작용과 관련된 SV2A 기전과는 독립적이었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를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신경세포
↓ GABA 신호
DMG 종양세포
↓
레비티라세탐이 신경-종양 시냅스 전달을 약화
↓
종양세포 증식 감소
↓
종양 성장 억제 가능성
실제로 환자유래 DMG 세포를 이식한 생쥐에게 레비티라세탐을 투여했을 때 종양 부담이 감소하고 생존기간이 연장됐다. 반면 연구진이 조사한 대뇌반구 고등급 교종 모델에서는 같은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즉 단순히 “항경련제를 먹으면 신경 활동이 줄어서 모든 뇌종양이 덜 자란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DMG가 가지고 있는 특수한 신경-종양 연결을 레비티라세탐이 건드렸을 가능성이 제시된 것이다.
➰ 실제 환자에서는 어땠을까?
연구진은 미국 스탠퍼드대와 미시간대의 소아 고등급 교종 환자 218명의 과거 진료자료를 분석했다.
그중 DMG 환자는 119명이었다.
레비티라세탐을 사용했던 DMG 환자 15명의 중앙 전체생존기간은 20.96개월, 사용하지 않았던 104명은 9.92개월이었다.
또 독일 함부르크와 UCSF의 별도 환자 자료에서도 레비티라세탐 사용군에서 생존기간이 긴 방향의 결과가 관찰됐다.
그러나 이 숫자를 보고
“레비티라세탐이 DMG 환자의 생존기간을 두 배 늘린다.”
라고 결론 내리면 안 된다.
왜냐하면 환자들을 무작위로 나누어 레비티라세탐을 투여한 임상시험이 아니라 이미 치료받았던 환자의 진료기록을 뒤에서 분석한 후향적 연구이기 때문이다.
레비티라세탐을 사용한 DMG 환자 수도 15명으로 적다. 환자의 종양 위치나 치료 과정 등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이 완전히 제거됐다고 볼 수도 없다.
연구진 역시 향후 전향적 임상시험에서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 이번 연구가 중요한 이유
이번 연구의 의미는 “기존 항경련제가 새로운 뇌종양 치료제가 됐다”는 데 있지 않다.
아직 그렇게 말할 단계가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발견은
뇌종양이 주변 신경세포의 신호를 이용해 성장할 수 있고, 신경세포와 종양세포 사이의 시냅스 자체가 새로운 치료 표적이 될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DMG에서는 현재 방사선치료뿐 아니라 표적치료와 CAR-T 같은 새로운 치료법도 연구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치료가 매우 어려운 질환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미 오랫동안 사용되어 온 레비티라세탐에서 DMG 특유의 신경-종양 연결을 약화시키는 예상하지 못했던 작용이 발견됐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지금 단계에서는 가능성을 발견한 연구다.
- 앞으로 실제 DMG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효과와 적절한 용량, 안전성, 기존 치료와의 병용 가능성 등이 확인되어야 한다.
- 현재 DMG 환자가 종양 치료 목적으로 임의로 레비티라세탐을 복용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 정리
DMG
→ 뇌간·시상·척수 등 중추신경계 정중선에 발생하는 치료가 어려운 악성 교종
새롭게 주목받는 특징
→ 정상 신경세포와 종양세포가 시냅스를 형성
→ GABA성 신경 신호가 DMG 성장을 촉진할 수 있음
레비티라세탐
→ 원래 뇌전증에 사용하는 항경련제
이번 연구
→ 레비티라세탐이 GABA성 신경세포→DMG의 시냅스 신호를 약화
→ 동물모델에서 종양 성장 감소 및 생존 연장
→ 후향적 환자자료에서도 더 긴 생존과 연관
현재 결론
→ 새로운 치료 표적으로서 가능성은 매우 흥미롭지만 DMG 치료 효과가 사람에서 확립된 것은 아니며 전향적 임상시험이 필요하다.
원문: Nature Medicine — Levetiracetam therapeutically targets GABAergic synapses in diffuse midline gli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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