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란 무엇인가
치매(dementia)는 하나의 특정 질병명이 아니다. 여러 뇌질환 때문에 기억력, 판단력, 언어능력, 집중력, 행동·성격, 일상생활 능력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상태를 통칭하는 증후군이다.
나이가 들면 단어가 잠시 생각나지 않거나 물건 둔 곳을 잊는 일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치매에서는 이런 변화가 점차 심해지면서 돈 관리, 약 복용, 요리, 길 찾기, 전화 사용, 일정 관리 등 평소 해오던 생활에 영향을 주기 시작한다.
중요한 것은 치매가 정상적인 노화 과정은 아니라는 것이다. 65세 이후 급격히 증가하지만 모든 노인이 치매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치매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가장 흔한 것은 알츠하이머병이고, 그다음으로 혈관성 치매, 루이소체 치매, 전두측두엽 치매 등이 있다. 실제 노인에서는 한 가지 원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알츠하이머병 + 뇌혈관질환처럼 여러 병리가 함께 존재하는 혼합형도 흔하다.
종 류 | 흔한 발병 연령 | 초기에 특징적인 증상 |
알츠하이머병 | 주로 65세 이후 | 최근 기억 저하, 같은 질문 반복 |
혈관성 치매 | 주로 65세 이후 | 판단·계획·집중력 저하, 보행 문제, 뇌졸중 후 악화 |
루이소체 치매 | 대개 50세 이후 | 생생한 환시, 인지기능 변동, 파킨슨 증상, REM수면행동장애 |
전두측두엽 치매 | 특히 45~64세 | 성격·행동 변화 또는 언어장애 |
1. 알츠하이머병
전체 치매에서 가장 흔한 원인이다.
알츠하이머병 뇌에서는 대표적으로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β)와 타우(tau)라는 단백질의 비정상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그리고 최근 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변화가 하나 있다.
과거에는 기억력이 떨어지기 시작해야 알츠하이머병을 이야기했지만, 현재는 증상이 생기기 10년 이상 전부터 뇌의 병리 변화가 시작될 수 있는 질환으로 본다.
1) 초기
가장 흔한 것은 최근 기억의 저하다.
예를 들면 방금 들은 이야기를 잊고, 같은 질문을 반복하며, 약속이나 날짜를 잊는 일이 증가한다.
그 밖에도 초기부터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거나
돈 계산이나 판단이 어려워지거나
익숙한 장소에서 방향을 헷갈리거나
복잡한 일을 처리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모든 알츠하이머 환자가 기억력부터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언어·시공간능력·판단능력 저하가 먼저 나타나기도 한다.
2)중기
기억력과 혼란이 더 심해진다.
가족이나 친한 사람을 알아보는 데 문제가 생기거나, 옷 입기처럼 여러 단계를 거치는 행동이 어려워질 수 있다.
망상, 의심, 초조, 배회, 환각 같은 행동심리증상(BPSD)도 나타날 수 있다.
3)말기
대화 능력이 크게 떨어지고 스스로 먹기·씻기·옷 입기·배변 관리가 어려워진다.
결국 대부분의 일상생활에서 도움이 필요하고, 말기에는 보행이나 삼킴 능력까지 저하될 수 있다.
2. 혈관성 치매
뇌혈관이 막히거나 손상되어 뇌조직이 반복적으로 손상되면서 발생한다.
뇌졸중뿐 아니라 뇌의 작은 혈관이 오랫동안 손상되는 소혈관질환도 중요한 원인이다.
알츠하이머병처럼 기억력만 먼저 떨어지기보다
집중력 저하
일의 순서를 계획하는 능력 저하
판단력 저하
정보 처리 속도 저하
가 비교적 두드러질 수 있다.
뇌졸중 이후 갑자기 나빠지거나, 어느 기간 유지되다가 다시 나빠지는 식의 변화가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혈관성 치매가 계단식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치료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추가적인 뇌혈관 손상을 막는 것이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흡연, 심방세동과 같은 뇌졸중 위험인자를 적극적으로 관리한다.
3. 루이소체 치매
알파시누클레인(alpha-synuclein)이라는 단백질이 뇌에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는 질환이다.
초기에는 알츠하이머와 상당히 다르게 보일 수 있다.
대표적인 특징은 네 가지다.
생생한 환시
인지기능의 심한 변동
파킨슨 증상
REM수면행동장애
예를 들어 며칠 동안 비교적 멀쩡했다가 갑자기 멍하거나 혼란스러워지는 식의 인지기능 변동이 나타날 수 있다.
또 실제 사람이나 동물이 있는 것처럼 매우 구체적인 환시를 경험하기도 한다.
손 떨림, 몸의 뻣뻣함, 느린 동작, 종종걸음 같은 파킨슨 증상도 나타난다.
그리고 상당히 특징적인 것이 REM수면행동장애다.
꿈을 꾸면서 소리를 지르거나 발길질을 하고 실제로 꿈속 행동을 몸으로 표현한다. 이 증상은 치매 증상이 생기기 수년 전부터 나타날 수도 있다.
루이소체 치매는 대개 50세 이후 발생한다.
4. 전두측두엽 치매 FTD
이것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기억을 잃는 치매”와 상당히 다르다.
전두엽과 측두엽 신경세포가 주로 손상되기 때문에 초기에는 기억력보다 성격·행동·언어 변화가 먼저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원래 조심스럽던 사람이
충동적으로 행동하거나
사회적 규칙을 지키지 않거나
공감 능력이 크게 떨어지거나
무관심해지거나
같은 행동을 반복할 수 있다.
또 다른 유형에서는 말을 이해하거나 표현하는 능력이 점차 떨어지는 원발성 진행성 실어증으로 시작한다.
특히 중요한 차이는 발병 연령이다.
FTD 환자의 약 60%가 45~64세에 해당한다. 그래서 50대 전후의 비교적 젊은 사람에게 심한 성격 변화나 언어장애가 나타나는 경우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질환 중 하나다.
➰치매에서 기억력만 보면 안 되는 이유
치매 초기 신호는 실제로 상당히 다양하다.
쉽게 구분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두드러지는 증상 | 생각할 수 있는 대표 질환 |
최근 기억력 저하 | 알츠하이머병 |
성격·충동·공감능력 변화 | 전두측두엽 치매 |
언어능력 저하 | FTD 또는 일부 알츠하이머 |
환시 + 인지기능 변동 | 루이소체 치매 |
꿈을 행동으로 표현 | 루이소체 질환 |
손떨림·경직 + 인지저하 | 루이소체 치매/파킨슨병 치매 |
뇌졸중 후 인지저하 | 혈관성 치매 |
계획·집중·처리속도 저하 | 혈관성 치매 등 |
따라서 “기억력이 괜찮으니 치매가 아니다”라는 생각은 정확하지 않다.➰
➰ 치매는 어떻게 진단할까?
기본적으로는
- 병력과 가족의 관찰
- 인지기능검사
- 일상생활 수행능력 평가
- 신경학적 진찰
- 혈액검사
- MRI 또는 CT
등을 실시한다.
필요하면 뇌척수액검사(CSF), 아밀로이드 PET, 타우 PET 등을 추가한다.
그리고 최근 가장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분야가 혈액 바이오마커다.
특히 p-tau217이 주목받고 있다.
2024년 JAMA에 발표된 연구에서 인지증상이 있는 1,213명을 대상으로 한 혈액검사는 알츠하이머 병리 여부를 약 88~92% 정확도로 구분했다.
같은 해 JAMA Neurology 연구에서도 혈중 p-tau217은 아밀로이드와 타우 병리를 매우 높은 정확도로 찾아냈다.
그래서 앞으로는
- 인지검사 → 혈액검사 → 필요한 사람만 PET·뇌척수액검사
같은 진단 방식이 점차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현재도 혈액검사 하나만으로 모든 치매를 진단하는 것은 아니다. 임상증상과 영상검사 등을 함께 판단해야 한다.
➰ 치매 치료
여기에서도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기존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주로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제였다.
대표적으로
- 콜린에스터라제 억제제
- 도네페질(donepezil)
- 리바스티그민(rivastigmine)
- 갈란타민(galantamine)
- 중등도~중증 알츠하이머에서는 메만틴(memantine)도 사용한다.
이 약들은 손상된 뇌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인지기능과 일상생활 기능 저하를 일정 기간 완화하는 치료다.
➰ 최근 가장 큰 변화 — 치매 진행 자체를 늦추는 치료
최근 알츠하이머 치료에서 가장 큰 변화다.
- 레카네맙 Lecanemab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는 항체 치료제다.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한 Clarity AD 3상 연구에서 18개월 동안 인지·기능 저하가 위약군보다 느렸다.
- 도나네맙 Donanemab
역시 아밀로이드를 표적으로 한다.
JAMA에 발표된 TRAILBLAZER-ALZ 2 연구에서는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의 임상적 진행 속도를 의미 있게 늦췄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진행속도를 늦추는 약으로 치료제는 아니며, 중증 치매를 다시 정상으로 회복시키는 약은 아니다.
또 ARIA라고 부르는 뇌부종·미세출혈 위험이 있어 MRI 모니터링과 환자 선별이 필요하다.
➰ 치매 예방 연구에서 상당히 중요한 변화
2024년 Lancet 치매위원회가 매우 큰 종합 보고서를 발표했다.
결론은 꽤 의미가 있다.
연구진은 14가지 조절 가능한 위험요인을 줄이면 이론적으로 전 세계 치매의 약 45%와 관련된 위험을 줄일 여지가 있다고 추정했다. 다만 “개인이 45% 확률로 치매를 예방한다”는 뜻은 아니다. 인구집단 수준의 추정치다.
중요한 위험요인에는
교육 부족
청력저하
고 LDL 콜레스테롤
우울증
외상성 뇌손상
운동부족
당뇨병
흡연
고혈압
비만
과도한 음주
사회적 고립
대기오염
치료되지 않은 시력저하
등이 포함된다고 한다.
즉 치매 예방은 어떤 특정 건강식품 하나보다 혈압·당뇨·콜레스테롤·운동·청력·시력·금연·사회활동을 수십 년 동안 관리하는 것이 현재 훨씬 근거가 강하다.
그런데 여기 나열한 문제들에서 해당사항이 없는사람 있을까?...
➰ 지금 치매 연구가 어디까지 왔나
첫째, 알츠하이머를 단순히 “기억이 나빠지는 병”으로 보지 않는다. 증상이 나타나기 오래전부터 진행되는 생물학적 질환으로 보고 있다.
둘째, 아밀로이드 PET·뇌척수액 검사뿐 아니라 혈액 p-tau217 같은 바이오마커로 병리를 확인할 가능성이 현실적인 단계에 들어왔다.
셋째, 알츠하이머병의 진행 속도를 실제로 늦추는 약이 등장했다. 다만 효과는 “완치”가 아니라 진행 속도를 어느 정도 늦추는 것이고, 대상도 초기 환자로 제한된다.
넷째, 예방에서는 특정 음식이나 영양제보다 평생에 걸친 혈관건강·감각기능·운동·사회적 활동 관리가 훨씬 중요하다는 근거가 강해지고 있다.
단순한 기억력 저하가 아니라 여러 뇌질환에 의해 인지·행동·일상생활 기능이 떨어지는 상태이며, 종류에 따라 첫 증상과 발병 연령이 상당히 다르다.
알츠하이머병은 현재 조기진단과 질병 진행을 늦추는 치료의 단계까지 발전했지만, 아직 완치시키는 치료는 없다.



